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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은 몇 분이 좋을까 — '20분 파워냅'보다 짧았던 실험 결과를 한 편 깊이 읽어 봤습니다

점심 먹고 오후 3시.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 흔히 듣는 조언은 "20분만 자라"입니다. 길게 자면 오히려 더 멍해진다는 말도 함께 따라옵니다. 이 조언이 어디까지 맞는지 확인하려고 낮잠 연구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2006년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앰버 브룩스(Amber Brooks)와 레온 랙(Leon Lack)이 국제 수면 학술지 『Sleep』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제목부터 질문이 분명합니다. "짧은 오후 낮잠, 몇 분이 가장 회복에 좋은가?"누구를, 어떻게 재웠나참가자는 평균 22세의 건강한 젊은 성인 24명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일부러 전날 밤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5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오후에 졸릴 수밖에 없는 상태를 만든 것입니다. 평소 충분히 자는 사람이 낮잠을 자는 상황과는..

뇌와 습관 2026.10.29

공부할 때 음악, 틀어도 될까 — 세 가지 질문에 답하면 정해집니다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면 안 된다"는 말과 "나는 음악이 있어야 집중된다"는 말은 둘 다 자주 듣습니다. 연구를 모아 보면 둘 중 하나가 맞는 게 아니라, 어떤 음악으로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답이 바뀝니다. 2011년 독일의 켐페(Kämpfe), 제들마이어(Sedlmeier), 렌케비츠(Renkewitz)는 배경 음악의 영향을 다룬 연구들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모든 결과를 한꺼번에 평균 내면 효과는 거의 0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상관없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좋아지는 경우와 나빠지는 경우가 섞여서 서로 지워졌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할 때는 도움이 되는 쪽이었고, 글을 읽을 때는 방해가 되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틀어도 되나"를 한 번에 답하기보다, 아래 질문 세 개를 차례로 거쳐 보는 ..

공부법의 과학 2026.10.27

두뇌 훈련 게임 점수가 오르면 머리도 좋아질까 — 실력이 번지는 거리를 네 칸으로 나눠 봤습니다

하루 10분, 기억력 게임 몇 판. 처음엔 어렵던 단계가 일주일 뒤에는 쉽게 넘어갑니다. 점수 그래프는 꾸준히 오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고, 연구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질문은 그다음입니다. 게임 점수가 오른 만큼, 머리도 좋아진 걸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잘게 나눠야 답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생긴 실력이 얼마나 먼 곳까지 번지는지를 기준으로, 네 칸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번지는 것'을 전이(transfer)라고 부릅니다.1칸 — 그 게임 자체결과: 확실히 늘어납니다. 2010년 영국의 에이드리언 오언(Adrian Owen) 연구팀은 영국 BBC 과학 프로그램과 함께, 시청자 1만 1,430명에게 6주 동안 온라인 두뇌 훈련을 시켰습니다. 추론, 기억, 계획, 주의력 ..

공부법의 과학 2026.10.25

파워 포즈 2분이면 자신감이 생길까 — 같은 연구를 두고 갈라선 세 사람의 입장

면접 직전 화장실에서 두 팔을 V자로 벌리고 2분 동안 서 있기. 한때 면접 팁, 발표 요령 글마다 빠지지 않던 '파워 포즈'입니다. 이 조언의 뿌리는 2010년 논문 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이야기는 결과보다 사람을 따라갈 때 더 잘 보입니다. 같은 연구에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이 정반대 입장에 섰고, 그 사이에 다시 실험해 본 연구자들이 있었습니다.첫 번째 사람: 논문의 제1저자, 데이나 카니2010년의 입장 — "자세가 호르몬을 바꾼다"데이나 카니(Dana Carney)는 에이미 커디(Amy Cuddy), 앤디 얍(Andy Yap)과 함께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 42명 중 절반은 몸을 크게 펼치는 자세 두 가지를 1분씩 취했습니다. 책상에 발을 올리고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는 자세, 책상을..

뇌와 습관 2026.10.23

의지력은 쓰면 닳는다? — 무와 쿠키 실험, 그리고 5,600명이 다시 해 본 결과

1990년대 미국의 한 심리학 실험실. 참가자는 맛 지각을 알아보는 실험이라는 안내와 함께, 한 끼를 거르고 오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방에 들어서자 갓 구운 초콜릿 쿠키 냄새가 납니다. 탁자 위에는 쿠키 접시와 초콜릿, 그리고 그 옆에 무 한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연구자가 말합니다. "당신은 무를 드시는 조건입니다. 쿠키는 드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방을 나갑니다.1998년, 실험실에서 벌어진 일이 실험은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이끈 연구팀이 1998년에 발표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세 무리로 나뉘었습니다.무 조건: 쿠키를 앞에 두고 무만 먹어야 했습니다. 유혹을 참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쿠키 조건: 쿠키와 초콜릿을 먹었습니다. 참을 필요가 없었습니다.음식 없음: 음식 단계..

뇌와 습관 2026.10.21

형광펜으로 칠한 만큼 공부가 됐을까 — 같은 문단을 세 번 칠해 보며 확인한 것

시험 기간이 끝난 교과서를 펼쳐 보면, 어떤 페이지는 거의 전부가 노랗습니다. 칠할 때는 분명 중요해 보였습니다. 2013년 미국 심리학자 존 던롭스키(John Dunlosky)와 동료 네 명은 학생들이 흔히 쓰는 공부법 열 가지를 골라, 수백 편의 연구를 바탕으로 쓸모를 매겼습니다. 형광펜 칠하기와 밑줄 긋기는 '효과 낮음'으로 분류됐습니다. 다시 읽기, 요약하기와 같은 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연구를 모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더 섬세해집니다. 형광펜 자체가 쓸모없다기보다,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칠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연습용 문단아래는 이 블로그의 분산 학습 글에 나온 내용을 교과서 문체로 바꾼 문단입니다. 이 문단을 세 사람이 칠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아..

공부법의 과학 2026.10.19

"저는 시각형 학습자라서요" — 학습 스타일이 사실이려면 실험에서 나와야 할 그래프 하나

시각형, 청각형, 운동감각형. 검사지 몇 장을 풀면 내가 어느 쪽인지 알려 주고, 그 유형에 맞춰 공부하라고 합니다. 시각형은 그림과 도표로, 청각형은 강의 녹음으로, 운동감각형은 몸을 움직이며. 교사들도 대부분 이 말을 믿습니다. 2012년 영국과 네덜란드 교사 242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학생은 자기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받을 때 더 잘 배운다"는 문장에 영국 교사의 93%, 네덜란드 교사의 96%가 동의했습니다. 뇌 10% 속설 글에서 인용한 바로 그 조사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뇌 10%'를 믿은 교사는 절반이 안 됐으니, 학습 스타일은 그보다 훨씬 널리 퍼진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맞다면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맞다면 이런 결과..

공부법의 과학 2026.10.17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할까 — 유전자, 나이, 학교 시간 실험이 말하는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2003년 무렵 한국에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메시지였고, 새벽 기상 모임과 '미라클 모닝' 같은 유행이 그 뒤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일찍 자도 아침에는 머리가 멍하고, 밤이 되어야 정신이 또렷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의지가 약한 걸까요. 연구는 이 질문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나눠서 봅니다.바꾸기 어려운 것 ① 유전자사람마다 잠들고 깨기 편한 시간대가 다른데, 이것을 '크로노타입(생체 시간 유형)'이라고 부릅니다. 2019년 영국 엑서터 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약 70만 명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아침형·저녁형 경향과 관련된 유전자 위치를 351곳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유전적..

뇌와 습관 2026.10.16

멀티태스킹을 잘한다는 착각 — 지금 1분만 이 실험을 해 보세요

설명보다 실험이 빠를 것 같습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휴대폰 타이머를 준비해 주세요. 1분이면 됩니다.지금 해 보는 실험1회차. 타이머를 켜고 아래 두 줄을 한 줄씩 차례로 씁니다.첫 줄: 1 2 3 4 5 6 7 8 9 10둘째 줄: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다 쓰면 타이머를 멈추고 시간을 적어 둡니다. 2회차. 이번에는 같은 내용을 번갈아 가며 씁니다.1 가 2 나 3 다 4 라 … 이렇게 숫자 하나, 글자 하나씩 10번째까지. 역시 시간을 잽니다. 해 보셨다면 거의 틀림없이 2회차가 더 오래 걸렸을 겁니다. 쓰는 글자 수는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하나, 두 가지 일을 오가는 횟수뿐입니다. 아마 중간에 "다음이 '라'였나 '마'였나" 하고 멈칫한 순간도 있었을 겁니다. 방금 몸으로 느낀 ..

뇌와 습관 2026.10.15

좌뇌형·우뇌형 테스트, 문항마다 뜯어봤습니다 — 뇌 사진 1,011명이 말해 준 것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좌뇌형·우뇌형 테스트'에는 대개 이런 문항이 있습니다.Q1. 나는 계획을 세우고 순서대로 처리하는 편이다 / 그때그때 직감대로 움직이는 편이다Q2. 나는 숫자와 논리에 강하다 / 그림과 음악에 끌린다Q3. 나는 말로 설명하는 게 편하다 / 이미지로 떠올리는 게 편하다 앞쪽을 많이 고르면 '좌뇌형', 뒤쪽을 많이 고르면 '우뇌형'. 결과에 따라 어울리는 공부법이나 직업까지 알려 주는 테스트도 있습니다. 이 테스트가 깔고 있는 전제를 문항마다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전제 1. "뇌의 왼쪽과 오른쪽은 하는 일이 다르다"이 부분은 사실입니다. 다만 테스트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이 이야기의 뿌리는 미국의 신경과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의 연구입니다. 1960년대 ..

공부법의 과학 2026.10.14